영원한 건 없지만
본당신부 일기

영원한 건 없지만

2026.05.13
김 하상바오로 신부
강론 & 글본당신부 일기
사제관은 바람과 노을이 자주 방문하는 고독한 섬이다. 일년 반 가까이 이곳 외딴 곳에서 창밖 초원 너머로 지는 노을을 바라볼 때마다 어린 왕자를 떠올리곤 했다. B612호에서 어느 날은 태양이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본 적이 있다던 어린 왕자는 '사람이 너무 슬플 때 해지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영원한 건 없지만>이란 로이킴의 노래를 좋아한다. 노을은 내게 주어진 하루를 정리하게 한다. 영원한 하루가 없음을 상기시키며 오늘 수고한 나에게 붉은 박수 갈채를 보낸다. 지난 주일 외딴 곳에 이백육십삼명의 사람들이 왔다. 삼십년전부터 이곳에 성당을 지어 하느님을 만나고자 했던 사람들이 잊지 않고 그 기억을 더듬어 마침내 이곳에 나타났다. 이제 이곳 노을도 외롭지 않겠지. 아이들의 웃음소리, 커피 너머로 들려오는 어른들의 수다, 성가 부르는 신자들 목소리로 이땅이 가득 찰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떠나고 남은 침묵과 함께 익숙한 노을을 바라본다. 영원한 건 없지만...내 마음의 목소리는 영원하길...다 지난 뒤에는 사랑만이 가득하길...
영원한 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