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十字架)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참회록(懺悔錄)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골이 남어있는것은
어느 王朝의 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가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滿二十四年 一個月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는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웨 그런 부끄런 告白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보자
그러면 어느 隕石밑으로 흘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