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꽃밭 속에서 하느님이 계신다
본당신부 일기

개나리 꽃밭 속에서 하느님이 계신다

2026.04.02
김 하상바오로 신부
강론 & 글본당신부 일기
개나리 꽃밭 속에서 하느님이 계신다
개나리 꽃밭 속에서 하느님이 계신다 도종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이렇게 기도한다. 하늘이란 지상이 아니라 천상이다. 아래가 아니라 위다. 유한이 아니라 무한 생명이며 불완전이 아니라 완전함이다. 그러나 다시보면 하늘은 허공 그 자체이다. 다석 유영모 선생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라야 참이며, 이 허공을 하느님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허공을 절대공이라고도 하는데 아무것도 없이 텅 비우는 마음, 무소유의 마음, 탐진치의 수성이 없어져 빈 마음 자리로 가득차 들어온 성령, 거기에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이다. 다석 유영모 선생의 명상록을 읽으면서 나는 올봄은 부쩍 여기 저기에서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곤 한다. 천지 음울한 겨울 빛을 벗지 못하고 있을 때, 온통 샛노란 개나리 꽃을 가득 피어놓고 계시는 날 아침, 개나리 꽃밭 속에서 하느님이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삭막한 대지, 회색의 언덕과 길가를 한순간에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꾸어 놓는 생명의 놀라운 환희, 그러한게 하느님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리운 벌레 모습을 지니고 살게 하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한마리 흰나비로 바꾸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 새로운 탄생 그 속에 하느님이 계시는게 아닌가. 나비 한마리의 사랑스러운 날갯짓과 나비의 비행을 품어 안고 있는 나비 뒤의 허공, 그게 하느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소리를 알아듣는 뱃속에 어린 생명, 그 생명의 탄생과 함께 마련해 놓은 고난, 그리고 그 고난의 끝에 자신과 제 백성을 다 살려내는 준비된 역사, 그게 하느님께서 살아계시는 증거가 아닌가. 봄 들판의 여린 꽃다지 한송이에서든, 제 빛깔처럼 은은한 선물을 받은 살구꽃 향기 속에서든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는 모습, 제 안에서 거듭나며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 부활하는 자연의 몸짓 속에서 이 아침도 하느님의 모습을 본다. 무형무상하여 어디에도 없으나 어느 곳에서나 계시는 하느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