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히브 4,15).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 우리와 똑같이 고통받으시고 두려워하시는 예수님,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 계실 때, 당신을 죽음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께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습니다'(히브 5,7).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으십니다. 그분은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며 큰 소리로 부르짖으셨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만 생각하지 그분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눈앞에 십자가의 길과 죽음을 앞둔 인간적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왜 예수님은 십자가의 길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까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자기 입을 열지 않으셨던 예수님은 너무 힘들어 말을 꺼낼 힘도 없으셨는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견디는 길임을 아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너무 힘들 때는 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음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히브 5,8). 그렇다면 하느님의 아드님도 순종을 배우기 위해 고난을 겪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제서야 "완전하게 되신 뒤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히브 5,9).
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건 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려도 됩니다.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고통과 고난이 너무 힘들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도 순종을 배우기 위해 고난을 겪으셨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처럼 고난을 겪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던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고난을 겪음으로써 순종을 배워 완전하게 되신 후에 우리를 위해 영원한 구원이 되셨습니다.
고난을 겪으면서 순종을 배우는 길은 쉽지 않겠지만 그 길에서 동행하시는 우리와 똑같은 주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자기 삶의 십자가를 지고 계속 걸어갈 용기를 청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