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을 통한 충만함으로(주님승천대축일)
강론

비움을 통한 충만함으로(주님승천대축일)

2026.05.14
김 하상바오로 신부
여러분 몸은 가볍습니까? 몸은 보통 무겁게 느껴집니다. 거기다가 피곤하면 몸이 축 처지고 움직이기조차 힘들어 집니다. 몸무게는 몸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이면서 각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신체의 무게입니다. 삶에서는 물리적 무게 외에도 심리적 무게, 곧 직업의 무게, 가족의 무게, 인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데 우리는 대부분 무게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무거운 것은 자신입니다.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신경쓰이고 가장 밀도가 높은 것은 나 자신과 관련된 것입니다. 내게 꼭 필요한 돈, 건강, 성공보다 더 무겁고 크게 다가오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의 방향은 소유, 인정, 성취로 자신의 욕망을 빈곳 없이 가득 채우고자 합니다. 그리고 남들이 채운 것들을 부러워하고 그들 삶의 무게감을 나도 느끼고 싶어합니다. 과연 채우면 다 채워질까요? 빈틈없이 다 채우면 좋을까요? 살면서 남들 부러울 것 없이 다 가진 사람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들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 삶을 가만히 지켜보니 가지면 가질수록 더 큰 무게에 힘들어 했고,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책임과 시기,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아이들이 하는 땅따먹기 게임 같이 재미는 있지만 게임이 끝나고 나면 공허함만 남는, 기쁨이나 매력이 없어 하나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 시선을 끌고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유로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물질과 권력에 매이지 않고 남의 인정이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기에 매력적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그 가운데 한분이셨습니다. 낡은 구두와 50달러 시계를 차고 교황 관저가 아니라 손님 숙소에 머무르며 외국을 방문해서는 소형차를 타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먼저 찾으셨던 그분을 떠올리면 미소가 따라옵니다. 그릇의 쓰임은 비우면 비울수록 커집니다. 자기로 가득 찬 마음에는 타인이 스며들 수 없습니다. 물질주의자와 마찬가지로 이기주의자가 진정으로 행복한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면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것, 무겁게 사는 것보다는 가볍게 사는 것, 크고 화려한 것보다는 작고 소박한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님께서 오늘 그 비움의 절정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똑같은 인간인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몸무게가 없었을까요? 하느님 아들로서 감당해야 할 십자가의 무게는 어떻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주님은 하늘로 오르셨을까요? 한마디로 예수님은 온전히 자신을 비우셨습니다. 하느님의 외아들께서 기꺼이 종이 되어 십자가에 못 박히시어 죽기까지 순종하셨기에 그분에게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무게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직 하느님 아버지로 가득찬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에게로 승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나로 채우는 것은 모두 무게가 있습니다. 욕심, 죄, 시기, 허영은 몸무게를 늘리고 승천을 방해합니다. 이는 동시에 우리가 자신을 비운다면, 나의 것을 내려놓는다면, 자신을 내어준다면 우리도 승천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자신을 비우기 시작할 때 우리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것을 깨닫습니다. 충만함은 가득찬 무게감이 아니라 텅빈 기쁨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무것 없이도 괜찮고 내줄수록 더 기쁜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미소에 담긴 복음의 기쁨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 마음의 눈이 밝혀지고 우리 희망이 어떠한 것인지, 그분의 능력이 무엇인지 깨닫는다면' 우리는 채움에서 오는 공허함을 벗어나 비움에서 오는 충만함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모든 면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로 충만해 있습니다"(에페 1,23). 우리 모두가 바라는 참된 자유는 충만함, 그리스도로 충만함에서 옵니다.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신 그분을 만나고 사랑하고 채워나갈 때 우리는 그분으로 충만해 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성체성사로 모시는 것은 우리가 그분을 닮고 그분으로 충만해지는 가장 좋은 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마지막 선물, 곧 우리 역시 부활하고 승천하기를 바라는 그분의 마음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 아멘.